인공지능을 박사과정에 앉히다

신학교가 인공지능을 학위 주제로 삼았다

초교파 매체 리리전 뉴스는 쇼 대학교 신학대학원이 인공지능과 도덕 행위자를 주제로 한 박사학위 과정을 개설한다고 전했다. 리리전 뉴스에 따르면 이 학교는 미국 신학교협의회(Association of Theological Schools) 인증을 받은 신학교 가운데 인공지능 관련 박사학위를 제공하는 첫 사례가 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첫 기수는 1월에 시작한다.

보도된 내용만으로는 교육과정의 세부 구성이나 정원, 이수 방식은 알 수 없다. 다만 학위 명칭에 도덕 행위자라는 말이 들어간 대목은 그냥 넘길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을 설교 준비나 행정 보조에 쓰는 기술로 다루지 않고, 행위의 책임을 누가 지는가라는 물음의 대상으로 세웠다는 뜻이다.

도구인가, 탐구 대상인가

지금까지 신학교에서 인공지능은 대개 특강이나 단기 워크숍의 소재였다. 유용한 도구를 어떻게 쓸지 익히는 시간이었다. 박사과정 편입은 성격이 다르다. 학위논문이 나오고, 지도교수가 배정되고, 심사 기준이 만들어진다. 한 세대의 연구자가 이 주제로 길러진다는 말이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재로서 선택하고 책임진다는 고백은 개혁신학의 뼈대에 속한다. 판단을 대신하는 기계가 등장하면 이 고백은 새로 해명해야 하는 자리에 놓인다. 기계에 인격을 부여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의 책임이 어디까지이며 어디서 다른 것에 넘어가는지, 그 경계를 신학이 말해 주어야 한다.

한국 신학교육이 마주한 물음

한국의 신학대학원은 목회자 양성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안고 있어 교과 개편이 더디다. 인공지능을 다루더라도 설교문 작성 요령이나 교회 행정 효율 정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정작 교인들은 상담과 위로, 진로와 병증의 판단까지 기계에 묻고 있다. 목회자가 그 물음의 신학적 무게를 다뤄 본 적이 없다면 강단은 침묵하게 된다.

교단 신학교가 당장 박사과정을 만들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윤리와 조직신학 안에서 이 주제를 정규 과목으로 세우는 일, 목회학 석사 과정에 판단과 책임을 다루는 시간을 넣는 일은 지금 시작할 만하다. 해외의 한 신학교가 학위를 걸고 이 질문에 들어갔다면, 뒤늦게 따라가는 쪽은 질문의 틀까지 남의 것으로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