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교육과 사유의 위기

배경 설명

이번 주 해외 신학 담론에서 가장 뚜렷하게 반복된 주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유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교황 레오 14세가 최근 발표한 회칙 『마그니피카 후마니타스』(Magnifica Humanitas)가 여러 매체에서 동시에 논의되면서, 교단을 넘어 AI 시대의 교육 철학과 신학적 인간론이 공통 화두로 떠올랐다.

가톨릭 매체인 Church Life Journal은 이 회칙을 토대로 두 편의 글을 실었다. 하나는 손으로 직접 원고를 쓰는 행위가 사유 자체를 형성한다는 논지를 편 Thinking as Handicraft: Pope Leo XIV and the Joy of Writing이고, 다른 하나는 AI가 즉각적인 답을 제공함으로써 질문을 품고 씨름하는 능력을 잠식한다는 경고를 담은 글이었다. 교황의 표현을 빌리면, “모든 기술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을 형성한다.” 학생이 사유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생성형 AI에 의존할 때, 교육은 결과물 생산 대행으로 전락한다.

반면 개신교 매체 Mere Orthodoxy는 같은 회칙에 비판적 시각을 제시했다. The Kiln of Proceduralism: On the Failures of Magnifica Humanitas는 교황청이 AI의 문화적·영적 침투에 절차론적 대응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하며, 생성형 AI가 기독교 신앙의 내용을 대신 습득해주는 환경에서 교회가 형성하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더 근본적으로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Christian Century도 같은 흐름에서 AI가 창조와 소명의 신학적 이해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다루었다.

한국 기독교 언론에서도 “AI 시대, 기독교 신앙은”, “AI가 쓴 설교문에 감동할 수 있을까”, “AI, 인간의 영성 대신할 수 없다” 등 유사한 질문들이 활발히 논의되었다. 한국기독교학회는 “AI를 인간 존엄성을 지키며 선용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여러 신학교와 연구소가 공개 강좌와 세미나를 개최했다.

관련 글

한국 교회 시사점

한국 교회와 신학교육 현장에서 AI 문제는 이미 실천적 긴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설교 작성, 성경 공부 자료 제작, 신학 리포트 등 목회 실무 전반에 생성형 AI 사용이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두 가지 층위의 질문이 구별되어야 한다.

효율성의 층위와 형성의 층위가 그것이다. AI가 설교 초안을 작성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기술적 가능성의 문제지만, AI가 설교자의 묵상과 씨름을 대체하는가의 문제는 목회 영성의 문제다. 손으로 원고를 쓰는 행위 자체가 사유를 형성한다는 Church Life Journal의 논지는 가톨릭 전통의 언어로 쓰였지만, 말씀을 오래 품고 씨름하는 강단 신학의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개신교 목회자에게도 같은 무게로 다가온다.

신학교육의 맥락에서도 마찬가지다. 신학생이 조직신학 리포트를 AI로 생산할 때, 교수는 결과물이 아닌 사유 과정을 어떻게 평가하고 동행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AI 시대의 신학 교육은 정보 전달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이 아니라, 질문을 품고 견디는 능력을 훈련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